2008.11.26 21:15 | 분류없음

소설『길버트 그레이프』
소설『길버트 그레이프』의 첫장을 처음 넘긴 후부터, 마지막장을 마주하기까지 12일이 걸렸다. 이런 저런 바쁜 일들이 많았기에 더디어진 것도 있지만 소설 『길버트 그레이프』는 나에겐 한 번에 빠져들어 정신 없이 읽는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니었다. 오히려 천천히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이 주인공 '길버트'의 심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동생 '어니'의 생일이 하루하루 다가올 때마다 앞으로 '길버트 가족'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지 잔잔한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고나 할까.
                        소설『길버트 그레이프』(막내집게) - 표지 풍경이 너무 이뻐서 일부러 옆으로 뉘였음

소설『길버트 그레이프』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길버트는 냉소적이다. 그가 사는 작은 마을 '엔도라'엔 그가 좋아하는 것이란 없다. 아버지가 17년 전 자살한 곳이며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밖에 나가지도 않고 먹기만 하여 몸채가 고래만하다. 그녀는 짜증나거나 화가 날때마다 이렇게 외친다. “내 아들이 열여덟 살이 되는 걸
보고 싶다는데! 그게 그렇게 무리한 소원이야?”

그나마 '에이미 누나'에 대한 그의 시선은 따뜻하지만 점점 살이 쪄가고 있고 18살 생일이 다가오지만 정신 연령이 6살인 동생 '어니'에 대해서는 항상 '저능아, 모자란, 덜 떨어진'이란 수식어를 빼놓지 않는다. '푸드랜드'라는 대형마트와 '버거반'이라는 버거 체인점은 고작 1091명이 사는 '엔도라'에 자본주의의 바람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드디어 처음으로 '엔도라'에 그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이 등장한다. 바로 미시건에서 온 '베키'라는 신비로운 매력의 소녀이다. 그녀는 '길버트'가 꾹꾹 눌러 참아왔던 감정을 이끌어내어 진실된 자신을 알아가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길버트'는 가족들이 자신을 속박한다 생각하고 원망하며 인생을 체념하고 살고 있지만 결국 그를 속박한 것은 가족도 엔도라도 아닌 자신이었다. '베키'는 '길버트' 스스로가 자신을 속박하던 것들에 있어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어니의 18번째 생일 파티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어머니는 몇 년만에 먹고 담배피는 전용 의자가 아닌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자려 하고 어니는 깨끗해지고 집 나간 래리 형이 말을 하게 되는 그 벅찬 순간에 베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대체 뭐니? 너는 천사야, 뭐야? 그래? 그런거야?"

소설『길버트 그레이프』는 24살 청년의 성장 소설이다. 가족과의 갈등과 화합, 점점 잊혀져갈 사랑과 새로운 사랑, 옛것의 사라짐과 새로운 것의 등장 속에서 '길버트'는 좌절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기대감과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어니'의 생일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런 감정들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길버트'의 '자아 찾기'로 귀결된다. 집이 타들어갈때의 찬란한 불꽃은 슬프지만 '길버트'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일 수도 있다.

소설『길버트 그레이프』의 한계 또는 강점
소설『길버트 그레이프』를 읽으며 가장 우려되었던 것이 '과연 이미 영화를 접한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으려할 것인가'였다. 요즘에는 '윈윈마케팅'으로 영화가 개봉하면 원작 소설이 함께 발행이 되던가 아니면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소설이 탄생되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동시에'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소설『길버트 그레이프』(출판사: 막내집게)는 조금 늦은감이 있을 수도 있다. 영화의 유명세로 누구나 한번쯤은 이 영화를 봤을 것이고 아니면 TV에서 방영되는 것을 슬쩍 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예 영화를 본 적이 없어도 주인공이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속의 '길버트=조니 뎁', '어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 외 다른 등장 인물과 배경을 대입하여 보게 되었고 이따금 영화를 통해 먼저 만들어버린 내 편견의 틀로 소설을 읽게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것이 이 명작 소설 『길버트 그레이프』의 한계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영화 속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대입해 소설을 읽어나가는 것의 재미도 쏠쏠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남짓이나 소설은 450 페이지 가량의 방대한 분량이었기에 영화보다 소설에서 길버트의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고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 '길버트'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랜스 닷지'라는 인물. 이 인물은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소설 속에서 '길버트'의 인생과는 극명한 대조의 삶을 산다.)

영화를 이미 본 사람은 다시 영화『길버트 그레이프』의 추억에 젖게 하고, 좀 더 자세히 길버트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영화와는 색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백지의 상태에서 자신만의 『길버트 그레이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소설『길버트 그레이프』VS 영화『길버트 그레이프』
소설을 쓴 '피터 해지스'가 영화의 각본을 맡았기 때문에 영화는 원작에 충실할 수 있었다.

#'길버트'와 '어니'는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그 자체였다. 소설에서 '길버트'의 생김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안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긴 머리를 정돈하지 않고 늘어뜨린 '조니 뎁'은 '엔도라'에 갖혀 가족에게 찌들어지내며 진정한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가는 소설 속 '길버트'의 이미지와 딱 맞았다. '어니'를 연기한 '레오나르도'는  변성기가 확 지나지도 않은 어린 목소리로 '저능아 어니'를 완벽히 연기했다. 특히 '메뚜기 머리를 잘라낼 때의 즐거운 모습과 자신이 한 짓을 깨달았을 때 울먹이는 연기는 일품이었다.

#어머니는 소설에서는 약간 신경질적으로 느껴지는데 영화에서는 한 결 더 부드러운 이미지이다.

#가장 중요한 인물의 변화는 '배키'이다. 소설 속에서의 '배키'는 엔도라에 사는 할머니의 집에 잠시 방문한 것이고 영화 속에서의 '배키'는 캠핑 트럭을 타고 오래 머무르는 곳 없이 전국을 돌아다닌다. 둘 다 언젠가 '엔도라'를 떠나야 할 '배키'로 나오지만 쉼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영화의 '배키'가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길버트'와 더 극명한 대비를 준다.
2008.09.28 16:44 | [2nd Tempo]/Movie Poster


■ 괴물(The Host)

 
 

미국에선 The host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등이 유명한 배우들이라 그들의 얼굴을 대문짝 만하게 해놨지만 미국에서는 인지도가 없어서 그런지 배우들은 없고 괴물이 메인이네요.

다른 차이점이라 한다면 미국판은 그저 '괴수영화'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우리나라는 저 문구에서 보듯이 '가족'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괴수영화'라고만 하기보다는 '휴머니즘'적 요소도 강조한 것 같습니다.

■ 친절한 금자씨(Sympathy For Lady Vengeance)


중간의 미국판은 여러 버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인데 금자씨의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입니다. 해외에서 유명한 '올드보이'의 감독이 만든 작품이란 것을 강조해놨네요.

우리나라 판이 금자씨의 순수해 보이는 용모 뒤로 그녀의 어두운 면을 들어내준다면(빨간 글씨의 제목과 뒷배경) 미국판은 강렬한 눈빛으로 '복수'에 집중한듯 하고  오른쪽 일본판은 무슨 멜로물 속의 여주인공 같이 해놨습니다.(일본판에 뭐라고 써있는지 알고 싶으나, 일본어를 몰라서) 세나라를 비교해 보니, 참 재미있습니다. 미국판과 일본판만 비교해 본다면 같은 인물이라고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 올드보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해외에 유명세를 치른 올드 보이.

올드보이도 미국판 여러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인공들 뒤로 즐비한 한국어 간판이 너무 반가워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몽쉘XX, 랜드XX 등 많이 보던 브랜드(?)들이 있네요. 저 포스터를 통해 한글을 더욱 널리 알렸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요즘 유흥가 간판들 영어 간판 일색인데 어디서 저렇게 한국어 간판이 많은 곳을 찾았는지 신기합니다.(한글로만 표기했을뿐 다 외래어긴 하지만요)

오른쪽의 일본판을 보면서 상상력이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대수의 15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세상으로 나온 뒤의 촉박했던 시간을 시계가 은유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 같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망치를 시침으로 표현한 것이. 우리나라판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으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 파이란(Failan, 白蘭)

 
 

<파이란>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 포스터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는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최고의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저 문구만 봐도 가슴이 시려오네요.

외국판 포스터도 아주 마음에 쏙 듭니다. 바로 '파이란'이라는 제목을 한글로 대문짝만하게 표현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외국에 개봉된 우리 영화가 당당히 한글 제목으로 포스터에 실렸다는 게 큰 감동이었습니다.

<파이란> 저 특유의 필체는 [각주:1]캘리그라피(calligraphy)라는 것으로 <복수는 나의것>, <오아시스>등이 이 기법을 썼지만 전 <파이란>글씨체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외국에서도 이 필체의 아름다움을 알아봤나봅니다.(라고 혼자 넘겨 짚어 봅니다.)
  1. 어원적으로 ‘아름다운 글자’를 의미하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도안한 폰트나 기성의 문자 출력 시스템이 아닌 즉흥적인 프리핸드 서체를 통칭하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서양의 펜글씨나 동양의 서예와 같은 육필문자를 이르는 것으로, 규격 폰트화된 서체가 아니라 매 경우 수작업을 거쳐 각각 다른 형태로 만들어지는 글씨라 보면 된다. -flm 2.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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